猫鼠同處묘서동처 그리고 貍奴行 이노행

2021. 12. 13. 23:27카테고리 없음

 

猫鼠同處묘서동처 貍奴行 이노행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연말마다 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해오고 있다.

12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묘서동처는 전국 대학 교수 880명 중 29.2%의 선택을 받아 1위에 올랐다.

 

猫鼠同處(묘서동처)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

다시 말하면 도둑을 잡아야 할 고양이와 도둑인 쥐가 한 패가 됐다

 

묘서동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2위는 ‘인곤마핍(21.1%·人困馬乏·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이 꼽혔다.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코로나19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탕에서 싸우는 개)', '각주구검(刻舟求劍·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이 뒤를 이었다.

 

 

猫鼠同處(묘서동처)는 『구당서(舊唐書)』에 나오는 猫鼠同乳를 인용하였다고 한다.

한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가 쥐를 잡기는커녕 같은 젖을 빠는(猫鼠同乳) 걸 보게 됩니다. 

그러자 그 군인의 상관이 고양이와 쥐를 잡아다 임금에게 바쳤습니다. 

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습니다. 

이때 단 한 명의 관리만이 “이것들이 실성했다”며 한탄한다.

 『구당서(舊唐書)』

 

猫鼠同處묘서동처와 유사한 말로 猫鼠同眠묘서동면  城狐社鼠성호사서  등이 있다.

猫鼠同眠묘서동면   - 쥐와 고양이가 함께 잔다는 뜻으로, 상하(上下)가 부정(不正)하게 결탁(結託)하여 나쁜 짓을 함을 이르는 말

城狐社鼠성호사서   - 성곽(城郭)에 사는 여우와 사단(社壇)에 사는 쥐라는 뜻으로, 임금 곁에 있는 간신(奸臣)의 무리를 이르는 말 

 









 

 

2020년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2019년 사자성어: 공명지조 (共命之鳥) 한 몸에 두개의 머리를 가진 새,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같이 죽게된다는 뜻이다.

 

2018년 사자성어: 임중도원 맡겨진 짐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는 뜻으로 큰일을 맡아 책임이 무거움을 나타내거나 막중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어야 함을 강조할 때 쓰인다. 

 

2017년 사자성어 : 파사현정 사악한 것은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하자는 의미

 

2016년 사자성어: 군주민수 임금은 배, 백성은 강물과 같아서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

 

2015년 사자성어: 혼용무도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잘못된 정치로 인하여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힌 것처럼 어지러운 현상

 

 

 

貍奴行 이노행 -  丁若鏞 1810년

 

 

 

貍奴行 이노행은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인 1810년에 지은 시다.  

 ‘이노’는 고양이를 달리 부르는 이름이고 ‘행’은 한시의 형식인 ‘체(體)’의 하나이다. 

백성을 상징하는 ‘남산골 늙은이’의 양식을 훔치는 도둑(쥐)을 잡으라고 고양이를 키웠는데, 이 고양이가 밤마다 도둑질을 한다는 우화이다.

양식을 훔치는 도둑(쥐)을 잡으라고 키운 고양이(탐관오리)는 권력을 마음대로 사용하여 오히려 백성을 핍박한다.

이는 당시의 부패한 관찰사 등을 우의적으로 비판한 시이다.

 

 

貍奴行 이노행 -  丁若鏞 1810년

 

南山村翁養貍奴(남산촌옹양리노) 남산골 늙은이 고양이를 기르는데

歲久妖兇學老狐(세구요흉학노호) 해가 묵자 요사하고 흉악하기 늙은 여우로세

夜夜草堂盜宿肉(야야초당도숙육) 밤마다 초당에서 두었던 고기 훔쳐 먹고

翻瓨覆瓿連觴壺(번강복부연상호) 항아리 단지 뒤집고 잔과 술병까지 뒤진다네

 

陰黑逞狡獪(승시음흑령교회) 어둠 타고 살금살금 교활한 짓 제멋대로 다 하다가

推戶大喝形影無(추호대갈형영무) 문 열고 소리치면 형체 없이 사라지네

呼燈照見穢跡徧(호등조견예적편) 등불을 켜고 비춰 보면 더러운 자국 널려 있고

汁滓狼藉齒入膚(즙재낭자치입부) 이빨자국 나 있는 찌꺼기만 낭자하네

 

老夫失睡筋力短(노부실수근력단) 늙은 주인 잠 못 이뤄 근력은 줄어가고

百慮皎皎徒長吁(백려교교도장우) 백방으로 생각해도 긴 한숨만 나오네

念此貍奴罪惡極(염차리노죄악극) 이것을 생각하니 고양이 죄 극악하여

直欲奮劍行天誅(직욕분검행천주) 곧 칼을 뽑아 천벌을 내리고 싶네

 

皇天生汝本何用(황천생여본하용) 하늘이 너를 낼 때 본래 무엇에 쓰렸더냐?

令汝捕鼠除民痡(영여포서제민부) 너에게 쥐를 잡아 백성 피해 없애랬지

田鼠穴田蓄穉穧(전서혈전축치재) 들쥐는 들에 구멍 파서 벼를 쌓아두고

家鼠百物靡不偸(가서백물미불투) 집쥐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다 가져가네

 

民被鼠割日憔悴(민피서할일초췌) 백성들 쥐 피해 입어 나날이 초췌하고

膏焦血涸皮骨枯(고초혈학피골고) 기름과 피가 말라 피골이 상접했네

是以遣汝爲鼠帥(시이견여위서수) 그래서 너를 보내 쥐잡이 대장 삼았으니

賜汝權力恣磔刳(사여권력자책고) 너에게 권력 주어 마음대로 찢어 죽이게 했네

 

賜汝一雙熒煌黃金眼(사여일쌍형황황금안) 너에게 한 쌍의 반짝이는 황금 눈을 주어

漆夜撮蚤如梟雛(칠야촬조여효추) 칠흑 같은 밤에도 올빼미처럼 벼룩도 잡게 했지

賜汝鐵爪如秋隼(사여철조여추준) 너에게 보라매같이 쇠발톱도 주었고

賜汝鋸齒如於菟(사여거치여오토) 너에게 호랑이 같은 톱날 이빨도 주었네

 

賜汝飛騰博擊驍勇氣(사여비등박격효용기) 너에게 펄펄 날고 내리치는 날쌘 용기까지 주어

鼠一見之凌兢俯伏恭獻軀(서일견지릉긍부복공헌구) 쥐가 너를 한번 보면 벌벌 떨며 엎드려서 공손하게 제 몸을 바쳤다네

日殺百鼠誰禁止(일살백서수금지) 날마다 백 마리 쥐 잡은들 누가 말리랴

但得觀者嘖嘖稱汝毛骨殊(단득관자책책칭여모골수) 보는 사람 네 털과 골격 뛰어나다 큰소리로 칭찬할 텐데

 

所以八蜡之祭崇報汝(소이팔사지제숭보여) 그래서 너의 공로 보답하는 팔사제에도

黃冠酌酒用大觚(황관작주용대고) 누런 갓 쓰고 큰 술잔에 술을 부어 제사지냈네

汝今一鼠不曾捕(여금일서부증포) 그런데 너는 지금 쥐 한 마리 잡지 않고

顧乃自犯爲穿窬(고내자범위천유) 도리어 이에 스스로 도둑질을 하는구나

 

鼠本小盜其害小(서본소도기해소) 쥐는 원래 좀도둑이라 그 피해도 적지마는

汝今力雄勢高心計麤(여금력웅세고심계추) 너는 지금 힘도 세고 권세도 높고 마음까지 거칠어

鼠所不能汝唯意(서소불능여유의) 쥐들이 못 하는 짓 너는 맘대로 하니

攀檐撤蓋頹墍塗(반첨철개퇴기도) 처마 타고 뚜껑 열고 담장까지 무너뜨리네

 

自今群鼠無忌憚(자금군서무기탄) 이로부터 쥐떼들이 꺼릴 것 없어

出穴大笑掀其鬚(출혈대소흔기수) 구멍을 나와서 껄껄대고 수염을 쓰다듬네

聚其盜物重賂汝(취기도물중뢰여) 훔친 물건 모아다가 너에게 많은 뇌물 주고

泰然與汝行相俱(태연여여행상구) 태연히 너와 함께 돌아다니네

 

好事往往亦貌汝(호사왕왕역모여) 호사자들 때때로 너를 그리는데

群鼠擁護如騶徒(군서옹호여추도) 많은 쥐떼들이 하인처럼 떠받들고

吹螺擊鼓爲法部(취라격고위법부) 나팔 불고 북치고 떼를 지어서는

樹纛立旗爲先驅(수독립기위선구) 깃발 휘날리며 앞장서 가네

 

汝乘大轎色夭矯(여승대교색요교) 너는 큰가마 타고 거만을 부리면서

但喜群鼠爭奔趨(단희군서쟁분추) 다만 쥐떼들 떠받듦만 좋아하고 있구나

我今彤弓大箭手射汝(아금동궁대전수사여) 내 이제 붉은활에 큰 화살 메워 네놈 직접 쏴 죽이리

若鼠橫行寧嗾盧(약서횡행녕수로) 만약 쥐들이 행패부리면 차라리 사냥개 부르리라

 

 

 

19세기 서서히 저물어가는 조선을 안타까이 바라보면서도...

애석하게도 다산은 큰 화살도 쏘지도 못하고, 사냥개를 부를 수도 없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