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그너 반란에 대한 중국 언론의 평가...검려기궁(黔驢技窮)

2023. 6. 26. 22:27카테고리 없음

 

 

중국 시사 평론가 차이선쿤(蔡愼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을 가히 ‘검려기궁(黔驢技窮)’의 수준이라고 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려기궁은 당(唐)대의 문장가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우화(寓話) 세 편 중 하나인 ‘검지려(黔之驢)’에 나온다. 검(黔)은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의 별칭이고 려(驢)는 나귀라는 뜻이니 ‘구이저우의 나귀’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우화에 따르면 옛날 구이저우엔 나귀가 없었다. 한데 호기심 많은 한 사람이 나귀를 구이저우로 들여왔는데 특별히 쓸 일이 없게 되자 산 아래에 풀어 놓았다. 이를 본 호랑이가 놀랐다. 처음 보는 데다 몸집도 크고 울음소리도 컸다. 한데 며칠을 살피니 뒷발질만 할 뿐 다른 재주가 없었다. 그 기량을 다 파악한 호랑이는 졸지에 나귀를 덮쳐 잡아먹고 말았다. 여기서 ‘구이저우에 사는 나귀의 재주’란 뜻의 ‘검려지기(黔驢之技)’라는 성어가 나왔다. 쥐꼬리만 한 재주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보잘것없는 재주가 바닥이 난 걸 ‘검려기궁’이라고 한다.

 

L호기롭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이 대단한 영웅인 줄 알았는데 별것 아니며, 그 재주가 바닥이 나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는 조롱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속이 터질 노릇이다. 우리가 주목할 건 중국의 민심 변화다. 전황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며칠이면 우크라이나를 제압할 줄 알았는데 7개월이 지난 이젠 밀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잠잠하던 중국의 여론이 순식간에 바뀐 건 지난달 1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 이후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에 관한 ‘의문과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의 민심이 돌아섰다. 중국 여론이 개전 초기 러시아를 지지한 건 중·러의 국가 간 관계도 있지만, 그보다도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사이가 브로맨스로 일컬어질 만큼 끈끈했기 때문이다. 한데 시 주석이 ‘의문과 우려’를 던졌다고 하자 둘의 관계에 틈이 생겼다고 보고 푸틴 조롱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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黔之驢 검지려 柳宗元

黔無驢,有好事者船載以入,至則無可用,放之山下。

虎見之,龐然大物也,以為神。蔽林間窺之,稍出近之,憖憖然,莫相知。

他日,驢一鳴,虎大駭,遠遁,以為且噬己也,甚恐。

然往來視之,覺無異能者。益習其聲,又近出前後,終不敢搏。稍近益狎,蕩倚衝冒,驢不勝怒,蹄之。

虎因喜,計之曰:“技止此耳!”因跳踉大㘚,斷其喉,盡其肉,乃去。

噫! 形之龐也類有德,聲之宏也類有能,向不出其技,虎雖猛,疑畏,卒不敢取;今若是焉,悲夫!

黔 지방의 나귀 柳宗元

검주(黔州: 귀주성)에는 나귀가 없는데, 일 만들기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한 마리를 배에 싣고 들여왔다. 들여와서 보니 어디에도 쓸 곳이 없어 산기슭에 풀어주었다.

호랑이가 보니 몸집이 대단히 거대하였으므로 신령스런 동물로 여겼다. 그리하여 숲에 몸을 가리고 숨어서 엿보다가 슬그머니 나와서 가까이 가보았으나 매우 긴장되고 조심스러울 뿐, 그 존재가 어떤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나귀가 한 차례 울어대자 호랑이는 크게 놀라 멀리 도망가면서 자기를 물려는 줄 알고 매우 두려워했다.

그러나 왔다 갔다 하면서 살펴보고는 특이한 능력이 없는 놈이란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그 울음소리가 귀에 익숙해지자, 또 그놈의 곁으로 가까이 가 앞뒤에서 맴돌면서도 끝내 감히 후려치지는 못하였다.

그 뒤에 호랑이가 더 접근하여 친숙해져 깔보면서 장난을 치자, 나귀는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발길질을 하였다.

그러자 호랑이는 기뻐하며 속으로 생각하기를 ‘너의 재주는 이 정도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고는 뛰어들어 크게 부르짖고는 그 목줄기를 끊고 살점을 모두 먹은 뒤에 가버렸다.

​아, 저 나귀는 몸집이 커서 덕이 있음직하고 소리가 우렁차서 재주가 있음직하였다.

전에 재주를 내보이지 않았을 때는 호랑이가 비록 사나워도 미심쩍고 두려워서 끝내 감히 덤비지 못하다가 지금 이렇게 되었으니,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