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 문병란 시인
2021. 9. 21. 20:18ㆍ시 사진
꽃씨 / 문병란 시인
가을날
빈 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
'시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구름 좋은 날 (0) | 2021.09.23 |
---|---|
가을의 기도 - 김현승 (0) | 2021.09.23 |
새벽이 오기까지는 아직 우리들은 어둠에 익숙해야 한다 / 문병란 (0) | 2021.09.21 |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들 - 깊고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노을 (2) | 2021.09.17 |
9월의 시 - 문병란 (0) | 2021.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