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 김현승
입추를 지내면서 무던히도 길던 무더위가 한풀 꺽인다. 이제 결실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그리고 한 해를 결산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나는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가?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202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