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 김현승

2021. 8. 14. 17:30시 사진

 

 

입추를 지내면서 무던히도 길던 무더위가 한풀 꺽인다.

이제 결실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그리고 한 해를 결산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나는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가?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