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31. 21:37ㆍ시 사진
묵은 해 가고 새해가 온다고 기뻐할게 무언가?
귀밑머리 한 오라기 흰 터럭만 늘어나는데.
구거신래하소희 ( 舊去新來何所喜 )
빈변첨득일경상 ( 鬢邊添得一莖霜 )
원감충지 (圓鑑冲止 1226~1292)
원감충지 (圓鑑冲止 1226~1292) 선사는 조계산 수선사 (현재 순천 송광사) 제 6 세 국사이며, 장원급제 이력을 가진 명문가 출신이다.
출가 전에는 나라의 사신으로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고 출가 후에는 원나라 세조의 부탁을 받고서 연경 (燕京 북경) 을 방문했다 .
문장에 능한지라 『동문선 (東文選)』 에도 선사의 작품이 실려 있다. 설날을 맞이하여 열 선백 (悅 禪伯) 에게 보낸 글 가운데 일부이다.
한 해가 바뀌는 날이라고 해봐야 그것도 알고보면 그 날이 그 날일 뿐이니 그저 무덤덤하게 맞이할 뿐이다.
다만 나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내 귀밑털이 하얗게 바뀐 숫자가 늘어나는 일이다 .
그것이 변화라면 변화라고 하겠다.
어쨋거나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은 나의 모습을 변하게 한다는 무아 ( 無我 ) 의 이치에 방점을 찍었다.
이런 수행경지를 즐기면서 혼자 새해아침을 음미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에 비교하여 송나라 오조법연 (五祖法演 1024~1104) 선사는 깊은 수행을 쌓았으나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설날 아침을 위하여 축하와 덕담을 나눈다.
元正啓祚 萬物咸新
是新耶 是舊耶
伏惟尊體起居萬福
오조법연 (五祖法演)
설날 아침에 복이 열리고
온갖 것이 모두 새롭구나.
그런데 새로운 것인가? 묵은 것인가?
엎드려 바라건데 대중들의 존귀한 몸에
언제나 만복이 가득하길 빕니다.
새해 새아침에, 다시 한 번 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불퇴전의 결의를 다짐하는
조지훈 시인의 "새아침에"를 읽고 마음을 다져본다.
새 아침에 / 조지훈
모든 것이 뒤바뀌어 질서를 잃을지라도
성진(星辰)의 운행만은 변하지 않는
법도를 지니나니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영겁(永劫)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 두고 이루지 못하는 한(恨)은
태초 이래로 있었나보다
다시 한 번 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불퇴전의 결의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義와 不義를
삶과 죽음을 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산맥 위에 보랏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파도 위에 이글이글 태양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 1997년 <詩 조지훈전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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