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5. 20:01ㆍ시 사진
무릉춘(武陵春) / 이청조(李淸照)
바람 멎자 풍겨오는 흙 향기, 꽃은 이미 지고 없네요.
저물도록 머리 빗질조차 미적대고 있어요.
풍경은 그대론데 사람은 가고 없으니 만사가 다 허망할 따름.
마음을 털어놓으려니 눈물부터 흐르네요.
듣기로 쌍계의 봄 아직도 좋다 하니, 그곳에 가벼운 배 하나 띄우고 싶어요.
하지만 쌍계의 작은 거룻배, 많고 많은 내 수심의 무게는 못 견딜 거에요.
무릉춘(武陵春) / 이청조(李淸照)
風住塵香花已盡, 日晩倦梳頭.
物是人非事事休. 欲語淚先流.
聞說雙溪春尙好, 也擬泛輕舟.
只恐雙溪舴艋舟, 載不動許多愁.
풍주진향화이진, 일만권소두.
물시인비사사휴. 욕어루선류.
문설쌍계춘상호, 야의범경주.
지공쌍계책맹주, 재부동허다수.
한바탕 바람이 휘몰아치자 봄꽃은 속절없이 스러진다.
바람이 멎자 비로소 감지되는 흙내음, 낙화가 스민 뒷자리에 향긋한 기운이 번진다.
계절은 어김없이 오가고 풍광은 예나 다름없지만 그대 내 곁에 없으니 모든 게 그저 허망하기만 하다.
하여 몸단장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우두망찰 저무는 봄을 바라보고만 있다.
울적한 심사를 토로하려 해도 왈칵 눈물부터 쏟아지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듣자 하니 쌍계 개울은 아직도 봄빛이 좋다고들 하니 그곳에 배 띄우고 노닐면 행여 마음을 추스를 수 있을까.
아서라, 조그마한 배 하나가 무슨 수로 내 깊고 무거운 수심을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중국의 걸출한 여류시인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청조. 이청조(李淸照·1081~1141?)
여진족의 금나라에 북송이 멸망하자 망국의 한을 달래며 유랑의 길에 나섰다.
피란지에서 평생 금석문(金石文·쇠붙이나 돌에 새긴 문자)과 고서화 연구를 함께 했던 첫 남편과 사별했고
재혼과 이혼도 경험했다.
시는 저무는 봄날에 대한 아쉬움에 빗대어 빛바랜 인생의 봄날에 대한 회한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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