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老子의 도道와 덕德 – 道德經백서에서 덕德편을 도道편보다 앞세워 上德不德, 是以有德으로 시작한 경위

2023. 11. 28. 11:54고전 읽기

노자老子의 도道

노자老子의 도道는 좋은 삶의 길이자 그 좋은 삶의 근거다. 곧 윤리적이면서도 존재론적 범주다. 그것은 모든 바람직한 삶의 방법을 입법한다. 그것이 세계의 궁극적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만물을 낳고(42·51) 만물은 그것으로 돌아가며(34), "천지보다도 먼저 생겨났고(25)", 만물의 근본이 되어 "마치 상제보다도 앞서 있는 것 같다(4)."

노자老子는 도道를 묘사할 때 언제나 시적인 모호함과 철학적 추상성을 동원한다. 우선 도道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여(21)" "그 이름을 알지 못하며(25)", "좇아가려고 해도 그 뒤를 볼 수 없고, 맞아들이려고 해도 그 머리를 볼 수 없다(14)." 인간은 개념〔名〕을 통해 앎을 형성해가지만 무명(無名)은 그것의 다른 이름이다(32).

노자老子의 덕德은 도道의 결과〔功〕 구체화된 무엇이다. 덕德은 도道의 결과〔功〕이고(「해로」), 도道의 작용〔用〕이며(육덕명), 도가 드러난 것이다(소철).

두텁게 덕德을 쌓으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고, 이기지 못할 것이 없으면 막히는 곳을 알 수 없으며, 막히는 곳을 알지 못할 정도라야 나라를 가질 수 있으니 나라의 어미가 있어야 장구할 수 있다(59).

노자老子가 도道를 추상적/시적 모호함으로 말하는 이유는 다른 도道에 대한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유가/묵가가 지배하던 전국시대의 지성계에 늦게 나선 노자老子는 자신의 길이 유·묵의 길과 다를 뿐만 아니라 더 궁극적이고 더 절대적임을 선전할 필요가 있었다.

유가의 도道는 항상 선왕(先王)의 도道를 가리켰고, 묵가의 도道는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길이다.

노자老子는 기본적으로 장자의 형이상학적 도道개념을 자기 사상의 근저에 놓고(전목, 1923) 거대한 두 전통에 맞설 이론 도구로 만들었다.

막강한 실용 정신이 지배하는 중국에서 추상적이기만 한 것은 외면 받는다.

노자老子의 도道는 그 추상성과 시적 모호함 때문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으나, 이 모호함은 사람들이 노자를 멀리하게 하기도 한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자老子가 사용하는 개념이 덕德이다. 道德經 백서를 上德不德, 是以有德으로 시작하는 이유이다. 추상적인 도道편보다 구체화된 무엇 덕德편을 앞세운다. 덕德은 구체화된 무엇- 내가 얻은 것〔得〕이다. 그것은 도道의 결과〔功〕이고(「해로」), 도道의 작용〔用〕이며(육덕명), 도道가 드러난 것이다(소철).

 

"천지보다 먼저 생겨난" 도道가 공허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는 "덕德도道의 집이다(관자)"라고 답변할 수 있고,

도가 만물을 태어나게 한 뒤에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덕德이 그것을 기른다"라고 이야기한다.

노자적 삶의 훌륭함을 이론적으로 담보하는 것은 도道이지만 정감에 호소할 때는 덕德의 공리성과 실용성이 더 큰 역할을 한다.

덕德을 두텁게 머금은 사람은 갓난아이에 비길 수 있다. 벌이나 독충이나 독사도 물지 않고, 발톱이 억센 새나 사나운 짐승도 후려치지 않는다. 덕德이 떠나지 않으면 어린아이로 되돌아간다.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고 잘 간직한 것은 달아나지 않으니 자자손손 제사가 끊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으로 몸을 다스리면 그 덕德은 참됨이고……그것으로 천하를 다스리면 그 덕德은 광대함이다.

두텁게 덕德을 쌓으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고, 이기지 못할 것이 없으면 막히는 곳을 알 수 없으며, 막히는 곳을 알지 못할 정도라야 나라를 가질 수 있으니 나라의 어미가 있어야 장구할 수 있다. 적을 잘 이기는 사람은 남과 다투지 않고, 남을 잘 부리는 사람은 아래로 처한다. 이것을 싸우지 않는 덕德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덕德의 이러한 효용성이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덕德은 구체적이다. 그것은 허(()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얻은 것〔得〕이다. "덕德은 얻은 것이다. 언제나 얻어서 잃지 않으며, 이롭기만 하고 해로움은 없기 때문에 덕德이라고 이름했다(왕필)."

관자 심술상은 "그러므로 덕德은 얻은 것〔得〕이다"라고 하여 덕德과 '얻음'을 연결시켰다.

이것보다 더 구체적인 것을 원한다면 "몸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을 덕德이라고 한다" - 「해로」

도가 뛰어난 추상성과 초월성으로 노자老子를 훌륭하게 만들었다면 덕德은 구체성과 실용성으로 노자老子를 중국의 공리주의 전통에 부합하도록 만들었다. 도가 없다면 노자老子는 위대해지지 못했겠지만 덕德이 없다면 노자老子는 아예 잊혔을 것이다.

노자老子에서 도가 더 중요하므로 백서에서 덕편이 도편 앞에 나오는 순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연구자도 많으나, 이처럼 노자老子에서 덕이 먼저 나올 충분한 이유도 있다.

Reference

노자老子의 도道와 덕德 / 도덕경 道德經과 장자 오강남

노자老子 (삶의 기술, 늙은이의 노래) 2003. 6. 30. 김홍경 도서출판 들녘

#道德經백서 上德不德_是以有德으로 시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