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일때에도 희망가를 불러야하는 이유

2022. 1. 9. 21:32시 사진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  볼프 비어만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희망가/문병란

 

시인은 절망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모든 희망의 끈을 놓기를 거부하고, 희망을 노래한다.

오히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라고 외친다.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지옥의 문 오르세 미술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지옥의 문 오르세 미술관

로댕은 단테의 <신곡>을 읽고 또 읽었다.

“나는 단테의 ‘지옥편’에 나오는 여덟 개의 원을 그리면서 단테하고만 꼬박 1년을 살았다. "

지옥의 문위에서 내려다보는 "생각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Lasciate ogni speranza, voi ch'entrate

 

 

단테 신곡에서 지옥의 문에 새겨진 글이다. 

 

Lasciate ogni speranza, voi ch'entrate 

 

모든 희망을 버려라

이곳에 들어오는 그대들이여 ,

 

 

지옥의 문을 들어설 때  모든 희망을 버리야 한다. 

지옥은 모든 희망을 버리고 절망하는 곳이다.

 

볼프 비어만이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이라고 외치는 이유이다.

희망을 버리라고, 절망을 외치는 자가 있다면,

본인능 알지 모를지 모르지만 결국은 듣는 사람에게 지옥으로 가라는 저주나 마찬가지이다.

 

 

 

Lasciate ogni speranza, voi ch'entrate

 

 

 

독일의 김지하와 김민기라고 불리는 볼프 비어만(Karl Wolf Biermann, 1936년 11월 15일 ~ )은 

독일의 음유시인이며 구동독의 반체제 저항시인이다. 

비어만은 그가 살던 동독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노래한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볼프 비어만은 독일의 통일에 대하여 말한다. 

“통일은 미친 짓이다. 통일 안 하는 건 더 미친 짓이다” 

"나는 베를린 장벽이나 동독이 내 생애보다 더 오래 지탱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지만 내 예측은 틀렸다. 

 

그런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베를린 장벽붕괴 이후 동독은 통일 이외의 방법은 없었다. 

총살이 무서워 장벽에 접근 못했던 동독 주민들은 

위험이 사라지자 장벽을 뛰어 넘었다. 

배고픈 사람들은 먹을 것을 찾아 몰려들기 마련이다. 

 

볼프 비어만은 한국에서도 갑작스런 통일이 올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로 이어졌던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한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남북한의 생활수준은 통일 당시 동서독보다 적어도 100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다. 

독일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그래서 독일의 경험이 한국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독일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상황과 아주 다르다는 점이다.

 

볼프 비어만은 통일에 대하여 낙관적이지 않다. 해야 할 일이지만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한다. 

독일의 내적 통일은 아직 10%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국의 통일은 독일보다 더 어렵고, 더 많은 돈이 들고, 고약하고 짜증스러울 것이다. 

문제는 동독 주민의 의식이 성숙치 못하다는 점이다. 

통일 전 동독 주민이 입은 큰 피해는 서독에 비해 생활수준이 낙후됐다는 점이 아니다. 

사람의 의식이 망가졌다는 얘기다. 

동독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의 국민이 겪는 상처는 바로 의식의 미성숙성이다. 

동독 주민에 있어 행운이자 불행은 잘 사는 형제국가 서독을 가졌다는 점이다. 

부유한 한국은 북한에게 기회도 되지만 큰 위험이다.

 

볼프 비어만은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통일을 과감히 시도하라고 권한다.

"용기를 가져야 한다. 스스로 체험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아닌가. 이것이 내가 한국민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볼프 비어만은 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을 인용한다.

“지성의 비관주의와 행동의 낙관주의. 희망과 절망 사이의 모순을 간직하라.”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절망적인 상황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보이고,

나의 무기력함을 한탄스러울 때, 오히려 희망가를 불러야하는 이유이다.

희망과 절망 사이의 모순을 간직한채로...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희망가/문병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