抱蛇者說(포사자설) / 柳宗元(유종원)

2022. 9. 11. 17:12고전 읽기/중국고전, 제자백가

 

抱蛇者說(포사자설) / 柳宗元(유종원)

 

영주의 들판에는 기이한 뱀이 난다. 검은 바탕에 흰 무늬를 하고 있는데, 초목이 (뱀의 몸에) 닿으면 모두 죽어버리고, 사람을 물었다 하면 그것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그러나 (이 뱀을) 잡아 그것을 바람에 말려 약재로 만들면, 이로써 문둥병,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병, 목이 붓는 병, 악성 종기를 치료하고, 썩은 살을 제거하여, 몸속의 여러 가지 기생충을 죽일 수 있다.

 

처음에는 어의가 왕명으로 이러한 뱀을 모아 매년 두 번 조세를 바치다가, 뱀을 잘 잡는 사람을 모집하여 그 사람에 대한 세수로 충당하니 영주 사람들이 그 일에 다투어 나섰다. 장씨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이익을 3대에 걸쳐 누리고 있었다.

그 일에 대해 물으니 말하기를 나의 할아버지가 이 일에서 죽고, 나의 아버지도 이 일에서 죽었으며, 지금 내가 이 일을 계승한 지 12년이 되었는데 거의 죽을 뻔한 적이 여러 번입니다.”라고 했다. 그 말을 하는데 모습이 매우 슬퍼하는 듯했다.

 

나는 그를 측은하게 여겨 말하기를, “당신은 이 일을 고통스럽게 여기는가?“.

내가 담당관에게 말해 당신의 일을 바꾸어 당신의 세금 내는 것(賦稅)을 원래대로 회복시켜 주면 어떻겠는가?” 하였더니,

 

장씨는 몹시 슬퍼하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하기를

선생께서 나를 불쌍히 여겨 살려 주려고 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내가 이 일에 종사하는 불행이, 저의 세금을 원상회복하여 겪는 불행만큼 심하지 않습니다.

(만일) 애당초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오래전에 이미 고통을 견디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집안 삼대가 이 마을에 살 때부터 지금까지 계산해 보면 60년이 되었습니다.

마을 이웃 사람들의 생활은 날로 궁핍해졌습니다.

그 땅에서 생산된 것은 다 바닥이 나고 집안의 수입은 벌써 다 써버렸습니다.

울부짖으며 이리저리 떠돌다가 굶주림과 목마름에 넘어지고 쓰러졌습니다.

비바람을 맞고 추위와 더위에 시달리며 악성 전염병을 흡입하여,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서로 깔고 누울 정도로 쌓였습니다.

 

예전에 나의 조부와 함께 살던 사람은, 지금 그 집 열 집 가운데 한 집도 남지 않았고,

나의 부친과 함께 살던 사람은, 지금 열 집 가운데 두세 집도 남지 않았습니다.

12년 동안 나와 함께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은 열 집에 네다섯도 남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죽지 않으면 이사했으나 나는 뱀 잡는 일 때문에 홀로 이곳에 남아 살고 있습니다.

 

포악한 관리가 우리 마을에 와서 동서로 마구 큰소리치고 남북으로 설쳐대며 소란을 피우는데, 그처럼 떠들어대면 놀라서 비록 닭이나 개라도 편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그 항아리를 보고 나의 뱀이 그대로 있으면 안심하고 자리에 눕습니다.

뱀을 길러두었다가 때가 되면 바칩니다. (그래야만) 돌아와 그 땅에서 거둔 농작물을 맛있게 먹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수명을 다할 수가 있습니다.

 

대략 일 년 중 죽음을 무릅쓰는 경우가 두 번 정도이고, 그 나머지는 유쾌하게 지내는데,

어찌 날마다 관리에게 시달리는 이웃 사람과 같겠습니까?

지금 비록 여기에서 죽는다 해도 우리 마을 이웃 사람들보다 오래사는데 어찌 감히 고통스럽게 여기겠습니까?“

 

나는 그 말을 듣자 더욱 슬펐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하셨다.

나는 일찍이 이런 말에 대해 의심을 했는데, 지금 장씨의 경우를 보니 오히려 더욱 믿게 되었다.

! 조세를 부과하고 거두는 해독이 이 독사보다 더욱 심하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이를 글로 써서, 민정을 관찰하는 사람이 알게 되기를 바라겠노라.

 

 

 

抱蛇者說(포사자설)

 

永州之野産異蛇(산이사)하니 黑質而白章(흑질이백장)이라 觸草木(촉초목)이면 盡死(진사)以齧人(이설인)이면 無禦之者(무어지자)

이나 得而腊之(득이석지)하여 以爲餌(이위의)可以已 大風(가이이 대풍) 攣踠 瘻癘(연원 누려)하고 去死肌(거사기)하며 殺三蟲(살삼충)이라           (약 의)

 

其始太醫以王命(태의이왕명)으로 聚之(취지)하여 歲賦其二(세부기이)할새

募 有能 捕之者(모 유능 포지자)하여 當其租入(당기조입)하니 永之人爭奔走焉(쟁분주언)이라

 

有蔣氏者(유장씨자)한데 專其利三世矣(전기리 삼세의)

問之則曰(문지즉왈) 吾祖死於是(오조사어시)하고 吾父死於是(오부사어시)하고

今吾嗣爲之十二年(금오사위지십이년)幾死者數矣(기사자삭의)로다.

言之(언지)貌若甚慼者(모약심척자).

 

余悲之(여비지)하고 且曰(차왈) 若毒之乎(약독지호)余將告於莅事者(여장고어 리사자)하여 更若役(갱약역)하고 復若賦(복약부)則何如(즉하여)? ()事者 - 지방관

 

蔣氏大戚(장씨대척)하여 汪然出涕曰(왕연출체왈) 君將 哀而 生之乎(군장 애이 생지호)인댄

則 吾斯役之 不幸(즉 오사역지 불행)未若 復吾賦 不幸之甚也(미약 복오부 불행지심야)라     生之 살게하다

 

嚮吾不爲斯役(향호불위사역)이면 則久已疾矣(즉구이질의)리라.

自吾氏三世居是鄕(자오씨삼세거시향)하여 積於今六十歲矣(즉어금육십세의).

而鄕隣之生(이향린지생)日蹙(일축)하여 殫其地之出(탄기지지출)하고 竭其廬之入(갈기려지입)하여     부사 날마다 () 궁핍하다

 

號呼而轉徙(호호이전사)하고 飢渴而頓踣(기갈이돈부)하여

觸風雨(촉풍우)하며 犯寒暑(범한서)하고 呼噓毒癘(호허독려)하여 往往而死者(왕왕이사자)相藉也(상자야)니라相藉 상자 쌓이다

曩與吾祖居者(낭여오조거자)今其室(금기실)十無一焉(십무일언)이오

與吾父居者(여오부거자) 今其室 十無二三焉(금기실 십무이삼언)이오

與吾居十二年者(여오거 십이년자)今其室十無四五焉(금기실 십무사오언)이니

非死則徙爾(비사즉사이). 而吾 以捕蛇 獨存(이오이포사 독존)이라이 뿐이다

 

悍吏之來吾隣(한리지래오린)叫囂乎東西(규호호동서)하며 隳突乎南北(휴돌호남북)하고 譁然而駭者(휘연이해자)雖鷄狗 不得寧焉(수계구 부득녕언)이라.

 隳突휴돌  못살게 굴다

吾恂恂而起(오순순이기)하여 視其缶而 吾蛇尙存(시기부이 오사상존)이면 則弛然而臥(즉이연이와)하고 謹食之(근사지)하여 時而獻焉(시이헌언)이면 退而甘食其土之有(퇴이감식기토지유)하여 以 盡吾齒(이 진오치)하니

弛然而臥(이연이와) : 안심하고 다시 눕는다.

以盡吾齒(이진오치) : 내 수명을 다하다.

蓋 一歲 之犯死者 二焉(개일세지범사자이언)이오, 其餘則熙熙而樂(기여즉희희이락)이라.

 

豈若 吾鄕隣之旦旦 有是哉(기약 오향린지단단 유시재)리오?

今雖 死于此(금수 사우차)라도 比吾鄕隣之死(비오향린지사)則已後矣(즉이후의)又安敢毒耶(우안감독야)?

豈若 기약 어찌 ~과 같겠는가?

旦旦단단 매일    有是 관리에게 시달림

死于此(사우차) 뱀 잡는일로 죽다

安敢毒耶(안감독야) 어찌 감히 고통스럽게 여기랴?

 

余聞而愈悲(여문이유비)하노라

孔子曰(공자왈); 苛政 猛於虎也(가정 맹어호야)라 하시니 吾嘗疑乎是(오상의호시)러니

今以蔣氏(금이장씨)觀之(관지)하니 猶信(유신)이로다

嗚呼(오호)! 孰知 賦斂之毒(숙지 부렴지독)有甚是蛇者乎(유심시사자호)?

爲之說(위지설)하여 以俟 夫觀人 風者得焉(이후 부관인 풍자득언)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