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진(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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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여신들에게 (To the Parcae) /프리드리히 횔덜린
운명의 여신들에게(To the Parcae) / 프리드리히 횔덜린 여신들이시여, 제 노래가 완전히 무르익도록 한 철의 여름과 가을을 더 허락하소서. 제 노래의 달콤함을 마음껏 누리고 나서 기꺼이 죽으리다. 살아서 거룩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 영혼은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나이다. 그러나 제 마음속에 성스러움이 충만하면 시는 결실을 맺으리다. 그때가 되면 암흑세계의 정적마저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 제 노래를 두고 떠나야 하더라도 결코 불평하지 않으리다. 적어도 한 번은 신들처럼 살아봤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나이다. 프리드리히 횔덜린(Friedrich Holderlin) 독일 시인
2021.09.29 -
죽음의 필연성을 바라보는 시각들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Spinoza)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감정적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일들로부터 더 이상 가슴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 실망할 필요도 없다. 다른 결과는 처음부터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다른 선택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슬퍼할 이유가 사라져버린다고 스피노자는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죽음의 ‘필연성’을 이해하고 이를 내면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덜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도스토옙스키(Dostoyevsky)의 단편소설 《지하생활자의 수기(Notes from Underground)》에서 지하생활자는 ‘2×2=4’라는 사실에 기분이 나쁘다. ‘2×2=4’라는 사실에..
2021.09.29 -
가을의 빛 / 수크령, 억새, 단풍이 드는 나무잎새에 내린 가을 햇빛
가을의 빛 수크령, 억새, 단풍이 드는 나무잎새에 내린 가을 햇빛 수크령, 억새, 단풍이 드는 나무잎새에 내린 가을 햇빛 수크령과 나무잎새에 내린 가을 햇빛 수크령에 내린 가을 햇빛 수크령 그리고 단풍이 드는 나무잎새에 내린 가을 햇빛 수크령, 억새에 내린 가을 햇빛 수크령, 억새에 내린 가을 햇빛 수크령에 내린 가을 햇빛
2021.09.27 -
서울 구름 좋은 날
서울 구름 좋은 날 서울 구름 좋은 날 - 남산, N-Seoul Tower 서울 구름 좋은 날 -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 서울 구름 좋은 날 - 롯데월드타워 그리고 남한산성 능선
2021.09.23 -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2021.09.23 -
꽃씨 / 문병란 시인
꽃씨 / 문병란 시인 가을날 빈 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
2021.09.21